국제학생 19% 급감… 美 대학·R&D 현장에 인재 공백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단속으로 미국 유학생이 19% 급감했습니다. 하버드·존스홉킨스 등 주요 대학의 국제학생 등록이 줄며, 연구와 혁신 현장에 인재 공백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학을 준비하는 학부모라면 비자 정책 변화가 자녀의 입시와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꼭 살펴보세요.
Oct 29, 2025
국제학생 19% 급감… 美 대학·R&D 현장에 인재 공백 우려

국제학생 19% 급감… 美 대학·R&D 현장에 인재 공백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이민 단속 정책은 조용히 미국의 고등교육 체계를 재편하고 있으며, 그 여파는 미국 혁신의 토대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더 엄격해진 비자 심사, 영사관 인터뷰 중단, 그리고 19개국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여행 제한 조치로 인해, 미국은 이제 국제학생에게 훨씬 더 진입이 어려운 나라가 되었다.
국경 통제에서 시작된 이 정책은 이제 전국의 연구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강의실까지 파급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온 세계 혁신을 선도하는 힘이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 전 세계 인재 유입, 사상 최저 수준

 
2025년 가을은 현대 미국 역사상 국제학생 입국이 가장 급감한 시기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 상무부(U.S. Department of Commerce)에 따르면, 2025년 8월 한 달 동안 미국에 입국한 학생비자 소지자는 약 31만 3천 명으로, 1년 전 약 38만 7천 명에서 19% 감소했다.
이 감소는 특히 오랫동안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 인재를 공급해온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The New York Times)의 분석에 따르면 아시아(-24%), 아프리카(-32%), 중동(-17%)에서 급감했으며, 인도는 단독으로 44% 급락했다.
국제교육협회(NAFSA)는 2025–26학년도에 국제학생 등록이 전체적으로 약 1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약 15만 명 감소, 약 70억 달러(약 9조 6천억 원) 등록금 손실, 그리고 미국 내 6만 개 일자리 소멸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다.

🛂 비자 혼란과 취소 사태

 
이 숫자 뒤에는 복잡한 관료주의의 미로가 있다.
2025년 5월, 미 국무부(State Department)는 신규 학생비자 인터뷰를 중단하는 한편, 지원자들에게 “보안 심사” 목적으로 본인 SNS 계정 공개를 요구했다.
며칠 후, 행정부는 이란·가나·나이지리아 등 19개국 국민에 대한 여행 제한을 확대했다. 그 여파는 특히 중국에서 심각했다.
로이터(Reuters)는 2025년 여름, 미국이 수백 건의 유효 학생비자를 돌연 취소하자 중국 내 학생들 사이에 “패닉”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이미 입학금을 납부하거나 항공권을 예약한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그들은 “도와줄 수 없다”, “보안상의 이유로 비자가 무효”라는 통보만 받았다. 로이터는 이들을 “무력하고 불안한(helpless and anxious)” 학생들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은 전체 국제학생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따라서 각 비자 취소는 단순한 유학 중단이 아니라, 미래의 연구자·엔지니어·혁신가 한 명을 잃는 일로 이어진다.

🏫 미국 대학들, 긴장 고조

 
명문대들도 그 타격을 체감하고 있다. 하버드대학교는 이번 가을 신입생 중 국제학생 비율이 **15%**로, 작년의 18%에서 감소했다고 밝혔다.
존스홉킨스(Johns Hopkins)와 노스웨스턴(Northwestern) 대학도 STEM 대학원 과정의 국제학생 등록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주요 연구 프로젝트 인력 확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한때 미국 내 최대 국제학생 학부 집단을 보유했던 USC(남캘리포니아대학교) 역시 중국과 인도 출신 지원자 수가 급감하면서, 국내 학생 중심의 모집 전략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
각 숫자 뒤에는 잃어버린 기여가 있다. 로봇공학을 진전시켰을 박사과정 연구자, 혹은 차세대 유니콘 스타트업을 만들었을 학생 창업자 말이다.

💸 글로벌 인재 제한이 초래한 경제·혁신 손실

 
표면적으로 보면 국제학생 제한은 “미국인 기회 확대”나 “민감 연구 보호”처럼 보일 수 있다. 비자 강화론자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국제학생이 줄면 대학이 자국 학생, 특히 STEM 전공자에 더 투자할 수 있다.
또 비자 심사를 강화하면 국가 안보도 강화된다.”
하지만 학자들은 정반대의 경고를 내놓고 있다.
 
코넬대(Cornell)의 마이클 로벤하임(Michael Lovenheim) 교수는 이 같은 제한이 고성장 산업의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GDP 성장률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UC 데이비스(UC Davis)의 경제학자 지오반니 페리(Giovanni Peri)는 이 조치들이 “인재 결핍(talent deficit)”을 심화시켜 연구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경고했다.
전 오바마 행정부 노동경제학자이자 럿거스대 교수인 제니퍼 헌트(Jennifer Hunt)는 특허와 혁신 생산량이 측정 가능한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역사는 이미 그 결과를 보여준다. 외국 출신 인재는 오랫동안 미국의 혁신과 경제성장의 엔진이었다. 이민자 창업가들은 Microsoft, Google, IBM과 같은 회사를 설립하거나 이끌었고, STEM 분야의 국제 대학원생들은 꾸준히 연구·특허·과학 발전을 견인해왔다.
미국 전역의 기술 허브에 이번 정책 변화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경고 신호다. 미국이 문을 닫는 순간, 세계의 최고 인재들은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미래를 만들 것이다.
이미 캐나다, 영국, 호주는 비자 처리 속도를 높이고, 졸업 후 취업 경로를 명확히 하며 이 “떠밀려난 인재”들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 줄어드는 인재 파이프라인, 커지는 리스크

 
수십 년 동안 미국의 과학·기술 리더십은 “출신에 관계없이 최고의 인재를 끌어모은다”는 단순한 원칙 위에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 모델이 무너지고 있다. 국제학생 등록이 줄어들면서, 미국은 자신의 기술 패권을 가능케 한 핵심 인력 기반이 잠식되는 위험에 직면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학생의 입학 기회가 다소 늘어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인재 풀 축소 → 연구 속도 둔화 → 혁신 허브로서의 위상 약화라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NAFSA의 CEO 판타 오(Fanta Aw)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인재의 이동성(talent mobility)은 미국 연구경제의 척추입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여기서 공부하기 어렵게 만들면,
우리는 경쟁자들에게 선물을 주는 셈이에요.”
이미 그 “선물”을 열어보고 있는 경쟁자들도 있다. 해외 대학들은 과거 미국과 공동으로 진행하던 연구 프로그램을 자국 중심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있고, 다국적 기업들은 R&D 센터를 이민 친화적인 국가로 이전하고 있다.
이 파급효과는 한 세대 이상 지속될 수 있다. 미국이 리더십을 유지하고 싶다면, 국경을 지키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세계를 움직이는 인재들에게 문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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