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바꾸는 미국 상위권 대학 입시의 풍경
다트머스대학교(Dartmouth College)의 전 입학 및 재정보조처장이었던 한 교육 관계자는, 수많은 지원서를 읽으며 커피와 열정으로 버티던 나날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선별적 입시 제도를 운영하는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오랜 경력 속에서 학생의 목소리에 담긴 미묘한 뉘앙스, 경험의 깊이, 그리고 대학 공동체와의 적합성을 고려하며 세심하게 한 학년의 신입생 구성을 완성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그 과정은 AI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입학사정관이 당신의 에세이를 열어보기도 전에, 기계학습 모델이 이미 지원서를 분석했을 가능성이 높다. AI는 합격 후 등록 가능성을 예측하고, 성적 데이터를 표준화하며, 에세이나 추천서에서 특정 키워드나 문장 패턴을 찾아낸다.
🎯 예측 분석(Predictive Analytics): ‘등록률’이라는 비즈니스
상위권 대학에게 입학 허가율(acceptance rate)만큼 중요한 지표가 있다. 바로 등록률(yield rate)이다.
이는 ‘합격 통보를 받은 학생 중 실제 등록한 비율’을 뜻한다.
등록률을 높이는 것은 대학의 순위와 인기도를 유지하고, 학급 규모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핵심이다.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교육 저널리스트 제프 셀링고(Jeff Selingo)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대학의 등록률은 선택율(합격률)과 마찬가지로, 숫자와 순위에 집착하는 입시 산업 속에서 학교의 지위와 인기도를 상징하는 지표가 되었다.”
이 등록률 예측 모델은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AI로 인해 정밀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이 알고리즘은 수만 건의 과거 입시 데이터를 학습하며, 학생의 성적, 고교 프로필, 지역(우편번호 단위까지), 재정보조 필요 여부, 심지어 학교에 대한 ‘관심도’(입학 메일을 열었는가? 온라인 세션에 참여했는가?)까지 분석한다.
이렇게 산출된 결과는 “등록 확률 점수(yield score)”이다. 대학은 이 점수를 기반으로
- 합격자 선별,
 
- 장학금 및 재정보조 전략 설계,
 
- 대기자 명단(waitlist) 운영
 
등을 결정한다.
문제는 이 모델이 학생의 ‘관심도’(demonstrated interest)를 고려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AI가 “이 학생은 아마도 하버드 같은 상위권 학교를 선택할 것”이라고 예측하면, 그 학생은 동일한 실력의 다른 지원자보다 불리할 수도 있다.
즉, AI가 등록 가능성을 낮게 본 학생은 합격에서 제외될 위험이 있다.
📄 성적표 분석: 학업 데이터의 표준화
입학사정관이 수천 개 고교의 다양한 성적표를 일관성 있게 평가하는 것은 늘 어려운 일이었다. 학교마다 성적 체계, 과목 난이도, 제공 과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대학은 효율성을 위해 학생들에게 성적과 과목명을 직접 입력(self-report) 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Common App, ApplyUC, 또는 각 대학의 자체 포털(STARS 등)을 통해 이뤄진다.
즉, 학생이 자신의 학업 데이터를 AI가 읽을 수 있는 형식으로 직접 ‘전산화’하는 것이다. AI는 이렇게 입력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한다.
예를 들어,
- “AP Calc BC”를 표준화된 과목 코드로 매칭하고,
 
- GPA를 4.0 스케일로 변환하며,
 
- 고교별 난이도 차이를 조정한다.
 
이를 통해 입학사정관은 수천 명의 지원자를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단, 여전히 ‘홀리스틱 리뷰(holistic review)’를 유지하는 학교의 경우, AI가 데이터를 정리하더라도 최종 판단은 사람(입학사정관)이 맡는다.
🧠 에세이와 추천서를 읽는 AI
이제 가장 민감한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
“AI가 정말 내 이야기를 평가하는가?”
놀랍게도, 이미 그렇다. 
버지니아텍(Virginia Tech)은 AI 기반 에세이 평가 시스템을 공식 도입했다.
AI가 두 번째 인간 평가자의 역할을 대체하며, 인간 평가자의 점수를 확인(confirm)하는 방식이다. 최종 입학 결정은 여전히 훈련된 입학사정관이 직접 내린다고 학교는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UNC)도 비슷하다. 입학처는 “지원 에세이가 글쓰기 품질에 따라 자동 채점된다”고 밝혔다. UNC는 Slate라는 입시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며, 이 시스템에는 “Reader AI”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홍보 자료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Reader AI는 숙련된 동료처럼, 추천서나 에세이에서 핵심 정보를 빠르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이 ‘핵심 정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AI는 자연어 처리(NLP) 기술로
- 주제(예: ‘역경 극복’, ‘신념의 도전’) 분류,
 
- 키워드 탐색,
 
- 추천서 내 일반적인 문장 패턴(“열정적이며 근면하다” 등) 검출,
 
- 추천서의 톤과 학생의 자기소개서 내용의 일관성 확인
 
등을 수행한다.
즉, AI는 수백 개의 추천서와 에세이를 몇 초 만에 분석해
- 진부한 표현이 반복된 추천서(약한 추천서)나
 
- ‘합격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과 유사한 어휘 패턴을 찾아낸다.
 
결과적으로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입학사정팀 입장에서는
이런 기능을 사용해 효율적으로 지원서를 걸러내고 요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 AI와 입시의 미래: 인간과 기계의 공존
그렇다면 언젠가 AI가 최종 입학 결정을 내리는 시대가 올까?
현재로서는 “보조 도구”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AI는 데이터를 정리·최적화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최종 판단은 여전히 사람의 직관과 맥락적 판단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에게 이 말은 곧 이렇게 해석된다.
“진정성이 최고의 전략이다.”
AI는 패턴과 불일치를 감지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너무 ‘모범 답안’처럼 보이는 에세이보다, 진짜 나만의 목소리와 경험이 담긴 지원서가 여전히 가장 강력하다.
즉, 기계를 위한 글을 쓰지 말고, 사람을 위해 써라.
결국 최종 결정을 내리는 건, 알고리즘이 아니라 사람이다.
참고 기사 출처 : https://toptieradmissions.com/are-bots-reading-your-essay-how-ai-is-reshaping-college-admiss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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